나는 우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로 제대로 된 맛있는 우동을 먹어보지 못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어딜가나 우동이 비슷비슷한 맛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그래서 우동 먹으로 가자고 하면 다른 메뉴도 있냐고 물어보고,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도 남들 다 우동 먹을 때 나는 먹기 싫어서 혼자 다른 메뉴를 고르곤 한다. 그런 나에게 이번에 우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우동이 생겼다. 바로 청주 성화동 붓카케우동 전문 카마타케 제면소이다.

 

 

 

 처음 와이프가 이곳을 가자고 했을 때도 거기 다른 메뉴 있냐고 물어보고 돈까스 있다길래 그럼 가겠다고 했었다. 날도 더워 죽겠는데 무슨 우동인가 하고 툴툴대며 갔는데 막상 가게들어가서 메뉴를 보니 이 카마타케 제면소는 붓카케 우동 전문점이었다. 붓카케 우동이 뭔가 봤더니 붓카케는 일본어로 "끼얹다", "붓다"라는 뜻인데 그대로 풀이하자면 "끼얹어 먹는 우동", "부어먹는 우동" 뜻이란다. 국물 우동만 있을 줄 알고 먹기 싫어서 돈까스나 먹어야지 하고 갔는데 이런 식의 붓카케 우동이 있어서 돈까스는 취소하고 붓카케우동을 먹어보기로 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붓카케 우동 뿐만 아니라 국물 있는 우동과 돈까스, 밥류도 팔고 있었다.

 

 

 그중 내가 선택한 메뉴는 에비텐 붓카케우동이다. 왕새우튀김, 반숙달걀튀김, 파, 무즙 등과 특제 쯔유에 비벼서 먹는 우동이라는데 과연 무슨 맛일지 궁금했다.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을 하려고 보니 여기 카마타케 제면소는 주문방식이 점원을 불러서 말로 주문 하는 것이 아닌 가게 가운데에 설치된 무인계산대에서 주문하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점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어르신들이나 잘 모르는 분들이 오면은 점원이 직접 주문을 받기도 했다.

 

 

  기다리면서 가게 이곳 저곳을 살펴보는데 테이블위에 놓여있는 젓가락 통에 적혀있는 것을 보니 우동 삷는 시간이 약 18분이 걸린다고 해서 빨리 먹기는 힘들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게 구경도 하고 와이프랑 이런 저런 얘기도 하면서 기다리는데 점원분이 우동이 나왔다며 테이블 위에 놓아주셨다. 10분 정도 기다린것 같았는데 벌써 나와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점원분이 우동을 주시면서 소스 뿌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깨 갈아서 넣고 레몬 짜서 잘 비벼야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설명해주셨다.

 

 

 이게 바로 내가 주문한 에비텐 붓카케 우동이다. 메뉴판에는 없던 레몬과 어묵이 하나 들어가있었다. 처음 주문하고 먹으면 뭔가 먹는 방법이 복잡한 것 같지만 간단하다. 우동과 함께 나온 특제 쯔유 소스를 붓고 위에 올라가 있던 레몬을 짜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던 깨도 갈아서 넣어주고 잘 비벼주면 먹을 준비 끝이다.

 

 

 다비벼진 우동에서는 레몬을 뿌려서 그런지 아주 향긋한 냄새가 났다. 한 젓가락을 집어서 먹었는데 먼저 레몬향이 입안과 코에 퍼졌고 향을 느끼다 보니 어느새 쯔유소스의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깨의 고소~~한 맛과 파의 미미하지만 알싸한 맛, 튀김가루의 바삭바삭한 식감, 시원하고 오동통하고 쫄깃한 우동면의 식감이 잘 어우러졌다. 그동안 맨날 국물 있는 다 거기서 거기인 맛의 우동만 먹다가 이런 류의 우동을 먹어서 그런지 상당히 맛있게 느껴졌다.

 

 

 반숙계란 튀김과 튀김 새우를 먹어 보는데 튀김이 잘돼서 아주 바삭바삭 했다. 특히 반숙계란 튀김은 평소 분식집에서 먹던 계란 튀김만 생각하고 먹다가 반숙계란 튀김을 먹으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겉바속촉' 이란 말이 딱 맞아 떨어졌다. 튀김은 바삭바삭하고 반숙 노른자는 촉촉하니 그 조화가 입에서 잘 어울렸다.

 

 

 맛있게 먹다 보니 발우공양을 해버렸다. 숟가락까지 이용해서 바닥에 남아있던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지금까지 청주 성화동에 위치한 붓카케우동 전문점 카마타케 제면소 에비텐 붓카케 우동이었는데 국물만 있는 우동, 휴게소 우동 아님 그냥 우동이 싫은 사람도 원래 우동을 좋아하던 사람도 먹어보면 괜찮을 듯 싶다. 우동을 싫어하는 나도 맛있게 먹을 정도니 말이다.